국민연금 WEBZINE 2014.SPRING

사계절 여행기

경주, 찬란한 천 년의 봄(유은영 여행작가) 경주의 봄은 그야말로 찬란하다. 봄이면 흐드러진 꽃들이 도심과 유적지를 뒤덮는다. 벚꽃에 둘러싸인 보문호, 유채꽃이 바다를 이룬 황룡사옛터, 그리고 파도소리 끊이지 않는 부채꼴 주상절리까지 넋을 잃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봄이 그곳에 있다 숨 막힐 듯 찬란한 벚꽃과 유채꽃의 향연

긴긴 겨울이 가고 꽃샘추위가 끝나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소식이 전국을 들썩이게 한다. 그중에서도 천년고도 경주는 봄이면 몽환적인 도시로 화려한 변신을 한다. 3만 2000그루의 벚꽃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면 도시 전체가 꽃 천지다. 가는 길마다 벚꽃이 함께한다. 경주시 신평동에 자리한 보문호는 벚꽃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50만 평의 넓은 호숫가를 따라 벚꽃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산책길은 벚꽃 터널이다. 머리 위로 온통 하얗게 피어난 벚꽃들을 이고 가는 사람들 입가에는 꽃보다 환한 웃음이 피어난다. 벚꽃 아래 꽃 멀미가 난다면 호숫가에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며 하염없이 벚꽃을 바라보는 일도 보문호를 찾은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자전거를 대여해 시원스레 달리는 맛도 짜릿하다. 야간에도 조명이 환히 켜진 보문호에는 밤늦도록 벚꽃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보문호에 있는 보문정은 보문호 최고의 벚꽃명소다. 능수 벚꽃나무가 정자와 어우러진 풍경은 신라 천 년의 숨결이 살아있는 듯 신비롭다. 전국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명소로 선정되었다. 보문정은 오리를 닮아 오리연못이라 불리는 연못에 자리 잡고 있다.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정자와 벚꽃이 거울처럼 연못에 비쳐 감탄을 자아낸다. 김유신 장군 묘로 가는 길도 경주의 아름다운 벚꽃길 중 하나다. 형산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또 하나의 벚꽃터널이다. 장군 묘까지 약 1km 도로양쪽으로 뻗은 벚꽃은 연분홍빛 하늘을 연출한다. 경주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벚꽃길이 전국으로 명성을 날리면서 봄이면 차량 행렬로 몸살을 앓기도 하지만 벚꽃길을 거닐기에는 큰 지장이 없다. 월성으로 가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벚꽃풍경을 만날 수 있다. 신라 궁궐자리인 월성에는 성 둘레를 따라 벚꽃 행렬이 끝이 없다.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진 더 넓은 공간은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다. 벚꽃과 유채꽃의 환상적인 만남은 한 폭의 그림처럼 발길을 붙잡는다. 월성 주변 대단위 유휴지에 심어진 유채꽃은 황룡사옛터까지 이어진다. 황룡사9층탑의 위용은 간곳없지만 샛노란 유채꽃이 그 자리를 가득 메운다. 월성에서 황룡사지로 이어지는 벚꽃길은 자전거를 타고 꽃비를 맞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유채꽃은 4월에서 5월까지 이어져 짧은 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벚꽃이 피는 4월 초에 경주로 가는 길은 차량정체가 심하다. 편안하게 경주의 봄을 만끽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과 경주역 주변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많다. 벚꽃이 좋은 경주 시내 길은 자전거로 누벼보자.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꽃에 취했다면 이번에 바다에 취할 차례. 경주읍천항에는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있다. 제주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주상절리가 경주 동해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약 1.7km 해안가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에는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가 이어진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형성된 부채꼴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신기하기만 하다. 주상절리를 보기 좋은 장소마다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어 카메라 세례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모양의 부채꼴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걷는 길은 약 한 시간남짓. 그 길에는 주상절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송 사이로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도 하고, 작은 몽돌해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파도소리와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이 길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여행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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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신경주역 관광안내소 054-771-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