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1회, 우수상)노후생활과 국민연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6
조회수
2671
내용

 
제목 (제1회, 우수상)노후생활과 국민연금
작성자 유철희 작성일 2003.08.20 조회수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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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생활과 국민연금
고등부 우수상 유철희


운전자라면 누구나 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와 맞닥뜨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순조롭게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작스레 타이어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 운전자는 즉시 차를 갓길에 세우고 여분의 타이어가 있는 지를 확인할 것이다. 이 때에 하나의 여분의 타이어가 주는 마음의 안도감이 얼마나 큰 지는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사에서도 준비하는 것의 가치가 이렇듯 중한데, 하물며 전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경제적인 생계보장이 마련되어 있다면 그 때의 심적 여유는 과히 대단할 것이다. 같은 논리로, 미래의 마련이 없다면 불안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인간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 바로 우리 주위에 있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실례를 들자면 서울 파고다 공원이나 남산 등지에서 며칠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미래의 생계유지에 대해 얼마나 불안해하는 지를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노인들의 사연은 저마다 제 각각이지만 그들이 안고 있는 열악한 환경과 걱정의 깊이는 이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현대의 노인 문제는 노화 과정에 의해서 심신 기능이 쇠퇴하고, 퇴직 등으로 인하여 소득이 감소한 것과 같은 개인적 측면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일 뿐만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고, 핵가족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부양 의식이 약화된 것과 관련된 사회 구조적 측면의 변화에서도 야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노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연장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사회 변동의 물결 속에서 그 지위를 잃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가 바로 '노인 복지 제도'이다. 이는 노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과 종합적인 서비스를 의미하며, 노후 생활에 필요한 생계비 지원이라든지 보건 의료 활동 등을 포함한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노인 복지 문제가 결코 노인들만의 문제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노년층이 의식과 제도 모두의 측면에서 과도기적 위치에 놓여 있어서 가장 많은 고통을 짊어지고 있음은 대부분의 정책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노부모 부양 의식이 약화되었음은 물론 지금이 사회 보장 제도가 만들어지는 단계라는 점등의 사회 환경 요인이 겹쳐 불안정한 노후 생활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 복지에 관련된 많은 문제 중,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심각한 것은 이미 노동 능력을 상실한 노인들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이다. 인간에게 소득이 없다면 어떤 사회 생활도 할 수 없다. 또한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인간의 생활에서 경제적 요소는 다른 제요소와도 맞바꾸지 못할 만큼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노인에 대한 소득 보장 문제가 문제시된다.

이러한 노인의 소득 지원 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해결 방법이 바로 '국민 연금 제도'이다. 국민 연금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그 제도가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언제 직면할 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생활 보장 대책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래의 일을 알 수 없다. 그리하여 국민 연금 제도는 이같이 불확실한 장래에 대하여 노령 연금뿐만 아니라 장애 연금, 유족 연금 등과 같은 세부적 정책 장치를 통한 미연의 대비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 연금 제도는 국가가 경제 활동에 몸담은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만든 제도이다.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여유가 없는 사람보다 좀더 많이 부담케 하고 어려운 사람도 참여케 하여, 노후에는 가능한 한 국민 모두가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보장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의의를 지닌다.

이러한 국민 연금 제도는 일차적으로 노후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득 수준에 따라 연금 보험료가 달리 징수된다는 점에서 국민 연금 제도는 잘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격차를 줄여주는 일종의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국민의 의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묵과할 수 없다. 국민연금제도가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은 노후 생활의 불안에 대해서 전국민이 고통분담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이 국민 연금 제도는 '나'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미래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를 '우리'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효용에도 불구하고 국민 연금 제도를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데 풀어야할 몇 가지 어려움이 존재한다.
사회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서 국민 연금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바로 국가가 연금 재정을 담당하는 데 있어서 세출과 세입의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만약 국가의 재정 지출이 적다면 이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과 같은 개인의 복지 재정 책임성이 강조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시장의 원리이지, 복지의 원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재정 지출을 늘릴 수는 없다. 우리보다 앞서 국민 연금 제도를 실시하였던 독일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를 볼 때, 그들이 연금 수혜자의 증가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결국 연금 수습 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하게 된 것을 고려한다면, 재정의 지출과 수입 사이에는 균형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과거 영국과 같은 사례가 일어날지는 아직 실질적인 지급이 시작되지 않은 우리 나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연금 재정에 대한 책임감 있는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 연금 제도가 노후 생활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노인 문제들과 관련지어 연금 제도와 다른 노인 복지 서비스의 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제안은 노인 문제가 매우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노인 문제 중에 하나인 퇴직은 자아 실현의 계기가 되는 직업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므로 노인에게 심리적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적 동요는 그들에게서 또 다른 사회 참여의 의욕을 저해시키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이에 대비하여 90년대 초반부터 노인 고용 촉진법이 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규정은 강제성이 없어서 실제적인 효력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이 적합한 역할 모델을 정립하지 못하고 '역할 없는 역할'만을 수행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낭비이다. 국민 연금 제도가 그 내면적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 증진과 같은 여러 노인 복지 서비스 프로그램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틀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서 국민 연금 제도는 크게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우선, 국민 연금 제도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생기지 않도록 의식 차원의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소득에 대해 하향 조정하여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하향 신고는 결국 소득이 공개되어 있는 기존 직장인들에게 피해로 나타나게 된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처사라 할 수 있다. 또한 국민 연금의 전국민 확대를 두고 이를 노후에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해도 된다는 의미로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이러한 사례와 같은 일이 제도 운영에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계속된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아무리 노후의 생계가 안정된다 할 지라도 사회가 그들을 냉대한 시각으로 본다면 안정된 생계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일종의 심리적 빈곤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사회 보장 제도라는 정책적 노력도, 어려운 노인을 이웃으로 보는 방향으로 국민의 의식을 고양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루어질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사회는 여러 개인들이 모여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간에는 능력과 재능이 서로 다르며 연령에 따라서도 수시로 변한다. 따라서, 사회 안에는 경제적 불균형의 상태가 항상 존재한다. 잘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 구성원들 중 노년층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적 능력 부족과 사회 구조적 변화로 소득 창출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노년 때의 경제적으로 열악한 조건이 생계 불안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경제 활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들은 의욕을 잃게 될 것이며,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 경제, 스포츠 각 방면에서 페어플레이의 원칙, 즉 공정한 경기의 원칙에 대해서 강조한다.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공정하지 않다면, 이는 토끼는 육지에서 달렸지만, 거북이가 바다에서 경주에 임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약자로 전락한 노년층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해야 한다. 사회 보장 제도는 그러한 페어플레이의 원칙도 내포하고 있으며, 그러한 정책적 배려의 필두에 있는 것이 바로 국민 연금 제도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그것의 현대적 방안으로 인류는 '연금'이라는 것을 고안해 내었다. 그것의 올바른 활용과 계속적인 보완으로 풍요로운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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