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6회, 장려상)당신이 남겨준 고귀한선물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239

내용

제6회 장려상
당신이 남겨준 고귀한선물

한 쌍 순/부산시 동래구 온천3동


멀리 바라보이는 산마다 가을을 알리는 단풍이 아름답고 하늘은 높고 청명합니다. 창문 너머 옆집 뜰 감나무가 따뜻한 가을 바람에 팔랑 입니다. 오늘 따라 새삼 세상이 희망에 찬 아름다운 공간으로 다가 옵니다.

올해는 여름이 일찍 찾아와 유난히 더웠던 지난 6월 중순이었습니다. 건강하던 그이가 다시는 오지 못할 곳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졌습니다. 혼자서 우리 가정을 굳건하게 지키던 버팀목이 쓰러지고 나에게 남은 것은 적자만 쌓여가는 조그만 PC방과 아직 결혼도 시키지 못한 두 명의 자식이었습니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존재만 믿고 그 흔한 생명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인생 50에 다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는 든든한 새로운 동반자가 생겼습니다.


예기치 않은 불행
나의 고향은 경북 울진의 바닷가입니다. 어린시절 수평선 너머 맑은 파아란 파도가 철석철석 끝없이 밀려오고 멀리 간간히 반딧불을 켠 채 조그맣게 떠 다니는 고깃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소박한 꿈을 키웠습니다. 여고를 졸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청운의 꿈을 안고 낯선 땅 부산에 와서 새로운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훤칠한 키에 항상 싱글벙글 웃는 얼굴의 사나이를 만나 결혼하여 1남2녀의 자녀들을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당신은 인심이 좋고 남의 일에는 헌신적이라 주의 사람들에게 신망이 높았으며 젊어서 배운 특별한 기술을 바탕을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전자회사 서무과에서 오랫동안 일하였으나 그래도 두 자식을 키우는 재미와 든든한 집안의 기둥이 있어 재미있게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가족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새로운 꿈을 안고 다른 세계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던 직장 일을 그만두고 인근의 PC방을 인수하여 당시에는 인기업종으로서 당당한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살고있는 26평의 낡은 아파트를 저당 잡혀 3천 만원을 융자 받아 1천만은 보증금으로 걸고 2천만원은 내부 인테리어 비용과 영업용 PC들을 인수하는데 썼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장래에 대한 기대감과 사업에 대한 의욕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습니다. 낮에는 고객이 뜸하여 시집가지 않은 작은 딸이 가게를 맡았고 그이는 다시 구청에서 실시하는 공공근로사업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시내에서 가까운 낮은 야산에서 나무 가지치기를 하였고 등산로를 돌로 쌓아 예쁘게 단장하기도 하였다. 나는 매일 고생하는 그이를 위해서 따뜻한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 들고 찾아가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우리가정을 시기하듯 현재에만 만족하고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 가정에 청천벽력이 떨어졌습니다. 2001년 2월 중순경에 남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공근로사업을 마치고 퇴근한 후 피곤하다며 안방에서 잠시 누워 잠을 자다가 갑자기 "억-"소리와 함께 쓰러졌습니다. 급히 택시를 불러 가까운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입원시켰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해 6월 중순경에 건강을 비는 우리 가족의 간절한 바람에도 보람없이 한마디 말씀도 남김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험회사의 여러 가지 핑계로 가입했던 보험금은 한푼도 받지 못하였고 다른 생활보장을 위한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 가족의 기둥이 무너 졌습니다.


남몰래 화장실에 소리 죽여 흘린 눈물
잘 운영되리라던 PC방 운영도 사전의 꼼꼼한 계획과 시장 조사 없이 시작한 터라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전기세, 물세, 기계보수비 등을 계산하고 나면 우리의 손에는 남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최신식 시설과 내부환경이 좋은 인근의 경쟁업체 쪽으로 고객을 뺏기다 보니 우리 PC방은 손님이 점점 더 줄어 들었습니다.

매월 지급해야 하는 월세도 제때에 못 내게 되었고 아들의 대학 등록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급기야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PC방의 손님은 점점 더 줄어 들었습니다.

집에 틀어 박혀 슬픔의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 없어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 생각으로 여러 곳에 직장을 알아보았으나 헛수고였습니다. 결국 파출부로 간간히 일해 왔으나 고정적인 일이 없어 수입이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만에 파출부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친구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식당아줌마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 11시부터 밤11시까지 하루 12시간을 일하면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곳이라 너무 힘들고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남몰래 화장실에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급히 필요한 단돈 10만원이 없어 친척에게 돈 빌리러 갈 때에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전화 한 통
그러던 어느날 저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쁜 소식 하나를 받았습니다. 지난 9월 중순 어느날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쌍순씨는 남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지금까지 연금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했습니다.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연금 수급대상자 이오니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이 전화를 받고도 정확한 내용을 몰라 일단 가까운 국민연금 동래지사 사무실로 찾아가서 종합민원실이라는 곳에서 담당직원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이의 은행통장에서 매월 자동납부되는 보험료가 바로 국민연금이었군요." 이렇게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이면서 먼저 가신 당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저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고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본 결과 그이는 지난 99년 4월 전국민 연금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 가입자로 가입하여 매월 3만원 정도씩 총 90만원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납부하던 중에 사망하여 배우자였던 내가 연금 수급권자로써 사망 이후 매월 14만원씩 평생동안 유족 연금을 지급 받고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연금액도 올라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비록 금액은 많지 않으나 지금까지 납부한 금액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았고 저의 여생을 보내는데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
전에는 연금 제도가 어떤 것인지 누구를 위하여 시행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아주 나쁜 제도인 줄만 알았고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반상회 때 옆집 원준이네도 국민연금이 부도날 것이라며 연금보험료를 납부해도 나중에 돌려 받지 못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이도 생전에 신문기사에서 보았다며 연금제도에 대하여 신뢰를 가지지 못하고 억지로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그때 얼마나 짧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제마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측할 수 없이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는 어리석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치 앞의 미래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오직 현재의 생활에만 걱정하면서 살아온 내가 부끄럽습니다.

이제 우리가족은 앞으로의 삶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금액은 많지 않으나 매월 빠짐없이 저의 통장에 국민연금이 평생동안 빠짐없이 꼬박꼬박 입금될 것이고 내년이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여 취직을 할 것이고 딸은 얼마 안 있으면 사귀어 오던 좋은 사람과 혼인을 할 것입니다.

이제 시장 입구쪽에 조그만 자리를 마련하여 리어카 붕어빵장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당신을 잃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을 대 깜깜한 밤 한줄기 등불처럼 용기를 가져다 준 국민연금은 나의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