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장려상)새로운 출발선에서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239

내용

저는 전남 화순에 사는 아직 마흔이 안 된 , 아직도 지는 노을에 눈물이 나고, 눈이 펑펑 오는 날을 더 좋아하는 아직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어느새 결혼한지도 십 삼년, 큰아이는 이제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고 아직 두 돌밖에 지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가진 행복한 여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는 행복할 거라며 스스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며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꿈 많던 문학소녀는 대학 4년을 문학과 봉사동아리 활동으로 너무나 바쁘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평소 결혼관이 사회복지의 꿈을 꾸는 한곳을 향해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마음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된다 생각하였던 저는 대학졸업 후 첫 근무지(당시는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던 보육사-현재 생활지도원-의 학력이 모두 고졸이었던 터라 정식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멋쟁이 아가씨가 근무한다고 하니 얼마나 갈까 혹은 조금이상한 아가씨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에서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 열명과 함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너무도 시골 스럽고 소탈한 모습으로 변해갔으며, 그때 열 살 많은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이보다 훨씬 들어 보이는 외모에 다른 사회복지시설의 총무로(현 사무국장)일을 하고 계셨죠. 저는 남편과 몇 번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이 외모적으로는 아니지만 마음만은 정말 내가 이상형으로 그리던 사람이라는 확신을 했습니다. 친정 부모님과 온 형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님이 불참한 눈물의 결혼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나 봅니다.
그때도 계속 일을 하던 저는 9개월 만에 아이를 조산하였습니다. 2.4Kg에 너무나 작은 천사 어쩜 세상에 이렇게도 작고 예쁜 아이가 있을까 할 정도로 당시 저희 시어머니는 7남매를 두셨는데 그렇게 작은 아이는 처음 본다 하시며 못마땅해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저희와 함께 살면서 누구보다 건강하고 예쁘게 자란 저희 딸을 대견해 하시지만은요.? ??왜 이리 작을까? 내가 너무 무리 했나? 먹을 걸 덜 먹었나??? 온갖 생각을 다 했는데 잦은 감기와 폐렴증세로 병원엘 갔더니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지금 당장 수술 받지 않으면 죽는 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방 한 칸에 시작하였던 저희는 한국 심장재단의 도움으로 두달 입원 끝에 생후 4개월 15일 만에 4.5Kg의 아이를 서울대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게 했습니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저는 그때 얼마나 아이에게 미안하고 미안했던지 수술이 끝날 때 까지 다섯 시간을 내내 복도에서 마음조리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은 결혼을 해서 그러나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온갖 생각을 다 하게 되었죠. 그때 이 소식을 언니를 통해 들은 친정 부모님은 당신들이 반대해서 귀하디귀한 손녀에게 저런 몹쓸 병이 온 것이라고 자책하며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이후 5년을 화순에서 서울로 다니며 검사를 받다 지금은 너무도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하는 착한 아이로 성장했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자녀를 더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매일 매일 열심히 살았지만 건강 때문에 실직한 남편으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헤어날 길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앓고 있던 당뇨병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켜 힘든 날을 보내고 있었죠. 당시 국민연금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저희는 가입하였던 모든 개인 보험들을 해약하고 국민연금까지도 해약하고자 했으나, 남편의 만류로 국민연금만은 계속 납입하고 있었습니다. 2003년도에 갑자기 쓰러진 남편은 눈 시력이 나빠져 당뇨성 망막증에 대한 레이저 수술을 받았고 고혈압에 고지혈증, 만성 심부전등 당뇨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남편이 퇴원 후에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소 믿음이 좋고 모태신앙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남편이었기에 이해는 했지만 우리 가정형편으로는 도저히 동의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었나 봅니다. 남편과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겠다고 갈등하고 있던 그때, 교통사고가 났고 치료차 병원에 실려 갔는데 소변검사 결과 임신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왜 하필 이때 지난 십년동안 큰애 낳고 특별히 피임도 하지 않았는데도 생기지 않던 아이가 덜컥 임신이 되었는지 아마 하나님은 제가 자식 문제에 있어서 너무나 전형적인 대한민국 엄마임을 아셨던가 봅니다. 어찌 되었든 또 한 차례의 친정 식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후, 한달을 입원해 있는 가운데 저는 약 한번 먹지 않고, 주사한번 맞지 않고, 얼굴과 다리에 사고 후유증을 남기면서까지 저희 아이를 지키고 낳았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때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스스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온 가족의 사랑과 기쁨이 되어 아이로 인해 우리 가족의 어려운 모든 상황들을 이겨낼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던 2003년 여름 우리부부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일하게 되었고, 어려운 살림을 이끌어 가고 있던 저희 가정에 또 한번의 먹구름이 몰려 왔습니다. 남편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병원에 가서 입원치료 하자는 저의 간곡한 부탁에도, 남편은 병원비 걱정에 선 듯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05년 2월 급기야 남편은 새벽 2시에 의식을 잃고 119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남편을 잃는 줄 알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두 달 가까이 입원치료를 하면서 신장이 완전히 제 기능을 잃게 되어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되었고, 당뇨로 인해 나빠져 있던 남편의 몸 구석구석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자기 몸이니까 자신이 더 잘 알아서 관리할 것으로 믿어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생활에 지쳐 그럴 여유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병원비며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 때문에 걱정하고 있던 저는 인터넷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연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편 담당주치의선생님은 이대로 잘 관리하고 지낸다고 해도 평균수명이 2년 정도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단순한 신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투석을 받으면서 신장 기능이 회복 될 수도 있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오는 만성 심부전이기에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 저희 가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희망에 차 있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기 원하던 신학대학원도 다니게 되었고, 국민연금에서 저희에게 주신 귀중한 연금으로 남편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전액 쓰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 가족은 해 낼 겁니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사회복지시설 내에서 상주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 집, 우리만의 보금자리에서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습니다. 어려울 때 저희 가족을 지켜주시고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저희에게 장애연금으로 다시 삶의 희망을 가져다주신 국가와 국민연금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의 희망의 보증수표가 되어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우리 온 가족이 남편과 함께 행복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때는 저도 생활고 때문에 이 작은 연금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막상 어려움에 처하고 보니 그때 남편의 말을 듣고 계속 연금을 유지 한 것이 얼마나 잘한 결정인지 연금을 받게 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에게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귀 공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중인 경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유일?
국민연금 가입중 만성신부전이 발생했고, 최초 투석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된 시점에 장애정도 심사에 의거 결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