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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중학교 3학년 이 미 정
언제부터인가 TV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점차 노령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서 복지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정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강제적
징수와 개인의 현재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적 정착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찬반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국민연금에 대해 갖는 내 생각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힘겹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왔다. 오래전부터 할머니께서는 심한
관절염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6년 전 쯤에는 인공 뼈를 무릎에 묻는 수술을 받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5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아직도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젊으셨을 때 아무런 경제적 기반도 닦아 놓지 못하셨기 때문에 모든 경제적 책임은 우리 부모님의
어깨 위에 놓여졌다. 아버지는 조그마한 회사에 다니시는데 아버지의 월급만으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약값과 병원비 등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 역시 조그만 상점을 하시며 생활비를 충당하셨다. 그러나 나와 동생이 커가면서 교육비 부담이 늘어나자 어머니는 몸은 더 힘들지만 그래도
이윤이 조금 더 남는 분식집을 개업하셨다.
엄마는 혼자 조그만 분식집에서 쉴 새 없이 일하신다. 그리고 집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뒷바라지까지 하셔야만 한다. 할아버지는 중풍이 심하셔서 스스로 하실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할머니 역시 인공관절을 넣으셨지만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피곤과 가난으로 찌든 엄마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나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차라리 엄마가 어디로 멀리 도망가 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나 무서워진다.
아빠 역시 집에 오면 낙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빠도 하루 종일
회사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 집에 오시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아침에는 아빠가 일찍 출근하시니까 엄마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시고, 저녁에는 엄마가 늦게 오시니까 아빠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빠가 술을 드시고
오시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날은 거의 엄마와 아빠가 부부 싸움을 하신다. 엄마와 아빠의 부부 싸움으로 온 집안이 소란스러워지면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러다가 정 견디다 못하면 온 집안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지르곤 한다. 엄마는 ‘왜 저러고 사실까? 차라리 어디로 도망가
버리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아빠와 엄마가 부부 싸움을 하시면 나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생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내가
국민연금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엄마의 분식집에 자주 오시는 할머니 때문이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엄마의 분식집에서 일손을 거들곤
하는데, 그 할머니께서는 내가 엄마를 잘 도와주는 효녀라며 나를 칭찬하시고 예뻐하신다. 그 할머니는 노인정에서 친구 분들과 드실 음식을 사가곤
하시는 것이다.
그 할머니는 얼마 전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신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처음 시작할 당시 할머니는 시골에서 살고 계셨는데
다른 사람들은 의심하면서 최저의 금액만 불입했지만 할머니께서는 ‘국가를 안 믿으면 누구를 믿나?’ 하는 마음이 들어 저축하는 셈 치고 연금을
부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그 연금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자식에게, 또 손주들에게까지 너무나 견디기 힘든 큰 짐을
얹어 놓으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과 그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그때 불현듯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국민연금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건강이 안 좋으시니까 그 할머니와의 차이를 모두 국민연금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에 지금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국민연금에서 받는 돈이 얼마라도 있다면 우리 부모님의 어깨가 많이 가벼워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연금이란,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납부하여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활동이 중단된 경우에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소득보장제도이다. 1988년 1월에 직장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전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징수되는데 이렇게 모인 돈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등의 세 가지 원칙 아래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이 복지국가를 실현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국민연금의 제도적 정착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아서 ??국민연금반대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150조 원의 거대한 재원을
구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노령화와 만성적 적자구조로 '파산'할 것이 자명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런 글들을 읽어도 150조 원이 어느
정도의 돈인지, 급속한 노령화, 만성적인 적자구조 등등의 단어들이 너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 병수발로, 피곤에 찌들어 여자라기보다는 그냥 엄마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엄마의 얼굴, 갈수록 술이 늘어가는 아빠의 지친 어깨, 경로당
친구와 맛있는 간식을 나누어 드시는 그 할머니의 주름졌지만 고운 얼굴을 떠올리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연금은 꼭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다.
“There is no rule without exceptions.”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제도도 단점은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만과 문제점들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문제점과 단점이 드러난다고 해서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복지국가 실현의 토대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연금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면서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엄마는 아직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으셨다. 아빠가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내고 계시기 때문에 엄마는 따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엄마에게 국민연금은 엄마를 위한 최소의 투자이고, 자식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꼭 국민연금에
가입하라고 말씀드렸다. 처음엔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타박만 하시던 엄마도 장녀인 내가 우리 할머니와 분식집에 오시는
할머니를 비교해가면서 강력하게 계속 말씀드리자 지금은 생각해보자고 한 발 물러나셨다.
우리 엄마처럼 당장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국민연금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당장 먹고 살기 힘들수록 악착같이 국민연금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젊고, 아직 건강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도 먹고 살기 힘든데, 아무 대책 없이 늙고 병들었을 때는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우리 엄마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실 것이다. 나는 엄마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시는 것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엄마를 설득해서 엄마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엄마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