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5회 장려상)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3/08/20

조회수

2150

내용

제5회 장려상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선예/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저는 남편을 여의고 3남매를 키우며 산간 오지 산골마을에 살고있는 46세의 주부랍니다. 몇 달 전만 해도 하늘이 무너진 것과 같은 암담한 현실에서 어린 삼남매를 보살피며 살아갈 대책이 막연했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에는 궁핍한 신혼생활이었지만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도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만큼 구슬땀을 비오듯이 흘려가며 열심히 농사일을 하며 내일의 꿈과 희망에 부풀며 생활 속에 만족과 기쁨을 찾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평범한 산골아낙이었습니다.
저의 이 작은 행복을 시샘하는 듯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사에 성실하고 자상하던 남편이 자주 피로를 느끼고 쇠약해져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 본 결과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게되었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저는 생활에 쫓기는 탓도 있었습니다만 당뇨병에 대하여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고 그저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및 음식조절을 통한 식이요법으로 치료가 되리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일상의 생활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병세는 점점 나빠져 갔고 얼마 후 "신부전증"이라는 합병증이 겹치게 되어 몸져눕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의 정성스런 간호와 보살핌 속에서도 증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고 급기야 눈에까지 합병증세가 미치어 앞을 못 보는 처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우리 가족에게 이런 불행이 찾아오리란 생각은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현실로 닥친 것입니다.
처음 당뇨병의 진단을 받은 후 합병증이 오기 전까지는 비록 힘이 들어도 부부가 함께 힘을 합하여 농사일을 열심히 하였고 거기에서 나오는 작은 소득일 망정 우리 가족의 생활을 어렵사리 꾸려 왔었는데 남편이 몸져누운 후부터는 남편 병원비에 아이들 학비, 그리고 생활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농촌의 현실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험준하기 이를 데 없는 태백준령 아래의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겐 돈이 될만한 것은 농사가 전부였습니다만 산골 농사에서 나오는 소득이란 노력에 비하여 너무나도 보잘 것 없고 적었습니다.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한일 없이 살아왔는데......
참으로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성으로 간호를 하며 또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뼈가 부셔져라 농사일을 하였습니다만 남편의 병세는 호전되기는커녕 점차 악화되어갔고 그 어려운 가운데에서 업친데 덥친 격으로 저에게도 "자궁경부암"이라는 병이 찾아들었습니다.

혼자서 남편 병구완하랴, 아이들 보살피랴, 농사일하랴,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제 몸을 지키는 데도 소홀했는가 봅니다.
3개월간의 검사를 거쳐 수술을 받고 퇴원하였습니다만 담당의사의 말씀이 "앞으로 힘든 일을 하면 재발의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순간 저는 "힘든 일"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9월초 남편은 끝내 저와 어린 삼남매를 남겨 둔 채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하늘 나라로 다시 못 올 길을 떠났습니다.
이웃 분들의 도움으로 남편을 땅에 묻고 난 후 한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혼이 나간 사람처럼 망연자실 산천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이 어려운 세월 속에 외로이 남겨진 저와 삼남매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초라한 집 한 채와 산비탈 얼마 되지 않는 밭떼기 뿐 아무 것도 없었고 그간의 병치료를 위한 빚만 고스란히 남아 저를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남편은 비록 저 세상으로 떠나갔어도 남은 사람은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몇 번씩이나 다짐하고 몸과 마음을 추스려 가며 다시 생활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냉혹한 현실은 마음같이 되질 않았고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그것은 바로 국민연금이 구세주로 나타난 것입니다.

지난 95년 7월 농어촌지역에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된다고 T.V와 신문 등 언론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홍보를 실시하고 사회 복지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참여를 높여 복지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정부에서 시행하는 제도로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기에 마지못해 그냥 세금 내는 셈치고 한 달에 8000원씩 보험료를 납부하기로 하여 이장을 통하여 가입신고를 하였습니다.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내용도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가입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연금보험료를 납부해 왔습니다.

남편을 사별한 후 경황이 없고 의욕을 상실하여 있던 어느 날 또다시 보험료고지서는 어김없이 배달되었고 그때에서야 국민연금관리공단 안동지사로 전화로 남편의 사망사실을 신고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직원은 친절하게 자격상실 및 유족연금 청구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보듯이 이제야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속담이 뇌리에 스치면서 자욱한 안개가 걷히듯 감격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매달 11만원의 유족연금이 지급된다니......
이 궁벽한 산간 오지에서 여자의 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저에게는 참으로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렵고 힘들더라도 좀 더 많이 연금보험료를 낼 것을......하는 염치없는 생각도 들더군요.

더욱더 저를 감동시킨 사실이 있습니다.
유족연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병력이 확인되어 97년 10월부터 금년 9월까지 장애가 인정이 되어 관련서류를 구비하여 신청하였든 바 금년 12월 말경에는 850만원 정도의 장애연금이 소급하여 지급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보다 더 고마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일일이 찾아서 소급해서 연금을 지급 해 주시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안동지사의 담당직원 및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뜻을 전합니다.

아직까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아니하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하고 계신 분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어찌 알겠으며 저와 같은 어려운 처지를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어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느 때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을 당하였을 때 국민연금은 생활을 보장해주고 울타리가 되어주며 삶의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이렇게 고마운 국민연금에 적극 참여하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의 크나큰 혜택으로 생활에 활력을 찾고 아이들 보살피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