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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도전 앞에 당당한 그들, 국가대표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의 김대중, 사성근 선수를 만나다(취재, 글 : 배나영 작가 / 사진 : 유승현 작가) “장애는 넘어야 할 장애물일 뿐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또 하나의 축제가 열립니다. 바로 ‘제11회 소치 동계장애인올림픽’입니다. 우리나라는 5개 종목에 59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습니다. 아이스 슬레지 하키는 하반신 장애를 지닌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고 펼치는 경기여서 썰매하키라고도 불리지요. 썰매에 타면 다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되었고, 현재는 동계패럴림픽 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성근 선수는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소아암에 걸려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합니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으로 살다보니까 하지 못했던 것들, 가지 못했던 곳들이 많아요. 하지만 썰매에 앉으면 모두가 똑같아요. 모두가 동등해지는 거죠. 나와 네가 똑같은 조건이라는 것, 어쩌면 내가 더 잘 할 수도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경기를 하면서 골이 들어가고, 환호성을 받았던 기억들이 아이스 슬레지 하키를 계속하게 만드는 매력이죠.” 사성근 선수는 다른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애씁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팀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이 있습니다. 김대중 선수는 웃는 얼굴이 일품입니다. 체력이나 스피드가 좋은 탑클래스의 선수입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면에서 배우려고 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대단합니다. “1992년 5월이었어요. 스물 두 살이었죠. 교통사고로 4개월 26일을 입원했어요. 중도장애인이어서 더욱 힘들었어요. 사회로 나오는 것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동네어른들이 저 같은 장애인을 보면 뒤에서 혀를 차셨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싫었어요. 하지만 장애를 인정하고 나니까 극복이 되더라고요. 감추지 말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더니 조금 더 극복하기 쉬웠어요. ”사성근 선수는 나이가 마흔 여섯으로 국가대표팀의 둘째형입니다. 김대중 선수는 마흔 셋으로 국가대표팀의 셋째 형입니다. 운동 선수로 치면 나이가 꽤 많습니다. 다른 종목 같으면 은퇴를 하거나 지도자로 전향할 나이지요. 어릴 적부터 장애가 있었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교통사고로 중도장애인이 되거나 산재를 입거나 군대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뒤늦게 장애인스포츠를 접하게 됩니다. 김대중선수만 해도 서른 한 살에 아이스 슬레지 하키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스 슬레지 하키라는 종목만 그런 것이 아니라 워낙 장애인 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선수단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아이스 슬레지 하키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슬레지라는 썰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선수로 활약을 하려면 최소한 3년 정도는 타야합니다. 휠체어는 일상에서 타기 때문에 휠체어 농구 같은 종목에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슬레지에 적응하는 시간은 오래 걸립니다. 재미있다고 해서 배우러 왔다가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바로 포기하고 다른 종목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많다고 합니다. 휠체어 농구선수로도 활약했던 사성근선수가 말합니다. “슬레지 하키는 매력적인 종목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운동이에요. 지금 슬레지 하키를 하는 선수들은 말그대로 미치도록 열정에 불타올라 버텨낸 선수들이죠. 몸의 근육이 만들어지는 기간을 잘헤쳐 나가야죠. 어떤 운동이든 그 시간을 이겨내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열정을 가지고 꾸준하게 오랜 세월을 하다보면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기고, 전문성도 갖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체적인 조건에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대단합니다. 김대중 선수는 누구나 슬럼프를 겪을 수 있으니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가는 편이 좋다고 말합니다. “한동안 슬레지 하키가 많이 어렵다고 느꼈어요. 슬럼프에 빠졌죠.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슬레지하키라는 걸 깨닫고 조급함을 내려놓았지요. 도전을 할 때 마음이 조급하면 더욱 힘들거든요. 경기에서도 마음이 조급하면 초반에 체력을 다 써버리고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되죠. 그러니 조금 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길게 보고, 정확하게 예측하고, 조급함을 버리고 꾸준히 도전한다면 더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아이스 슬레지 하키 국가대표팀은 밴쿠버 패럴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소치 패럴림픽에 출전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팀은 선수층이 두텁고 장애인 체육이 활성화되어 있는 강팀입니다. 하지만 2012년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평입니다. 두 사람은 소치 장애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는 김대중 선수가 말합니다. “올림픽은 무조건 금메달이죠. 선수로서는 그보다 더한 성과도 없겠지요. 인생의 목표라면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아빠가 되는 겁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가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했던 모습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사성근 선수는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에게는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겠지요. 선수로서 은퇴를 하면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지도자들은 비장애인인 경우가 많았어요. 직접 슬레지를 타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기도 했죠. 제가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면 장애인에게 맞게끔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우리가 드라마를 보며 감동을 느끼는 순간은 주인공이 힘든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끝까지 극복해 낼 때입니다. 주인공 앞에 놓인 장애물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주인공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정신을 보여줄수록 드라마는 더욱 감동적이지요. 모든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만의 드라마를 써내려갑니다. 사성근 선수와 김대중선수를 비롯한 소치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은 이미 차원이 다른 감동의 드라마를 쓰고 있습니다. 나이를 넘어, 체력을 넘어, 신체적인 불편함을 뛰어넘어 도전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지난 3월 16일 막을 내린 ‘제11회 소치 동계장애인올림픽’에서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은 아쉽게도 메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주신 모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