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그리울 풍경 하나, 소매물도
통영은 500여 개의 섬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는 섬의 나라다. 소매물도는 그중에 하나인 작은 섬이다. 여의도 면적에 10분의 1도 되지 않는 0.508㎢ 땅에 50여 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섬 한가운데서 어느 쪽으로든 20분만 걸어가면 해안절경과 마주하게 된다. 흔한 말로 손바닥만큼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이 주는 감동만큼은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넉넉하고 크다.
통영항여객터미널에서 소매물도까지는 약 26km 거리. 너울너울 뱃길로 1시간 30분을 달려가면 소매물도에 닿는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을 출발한 배는 한산도 바다를 빠져나와 드넓은 한려해상으로 들어선다. 눈이 시린 쪽빛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배전을 스쳐 가는 사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소매물도와 오늘의 주인공인 등대섬이 다가온다.
소매물도에 내리면 언덕에 기대앉은 아담한 마을이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를 반긴다. 소매물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등대섬으로 향하는 여정은 마을길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섬은 자동차도 다닐 수 없는 가파른 오솔길이다. 하지만 힘든 길도 문제없다. 가던 길을 되돌아보면 마을 지붕 넘어 넉넉하고 푸른 바다가 힘든 걸음을 위로해준다. 10여 분을 오르면 동백 숲 쉼터가 나온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동백나무 그늘에서 잠시 흐른 땀을 씻어내고 두어 걸음을 옮기면 망태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에서 2분 정도 계단길을 오르면 정상이다. 망태봉 정상에는 1970~80년대에 밀수를 감시하던 초소가 관세역사관으로 모습을 바꾸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관세역사관을 뒤로하고 잠시 하늘을 가린 숲길을 빠져나오면 숨이 턱 막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소매물도 여행의 주인공인 등대섬이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기암절벽과 파란 초원 그리고 그 위에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보석 같은 풍경이다. 자연의 위대한 작품앞에 석고상처럼 하염없이 서 있어도 좋다. 심장이 두 개라도 부족할 만큼 가슴이 뛴다. 남해 위로 눈 부신 태양이 쏟아진다.
소매물도와 망태봉은 몽돌해변으로 이어져 있다. 이 곳 사람들이 열목개라 부르는 해변은 하루 두 번 열리는 모세의 길이다. 썰물 때에 맞추어 소매물도를 찾았다면 등대섬까지 걸어가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열목개는 소매물도 유일한 해변이기도 하다. 뜨거운 햇살이 유혹한다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도 좋다. 등대섬 초원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데크를 따라 등대섬에 오르면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맑고 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등대 아래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면 공룡바위가 뒤뚱뒤뚱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열목개에 물이 차오르기 전, 소매물도로 돌아가는 발걸음마다 아쉬움이 가득하다. 망태봉으로 오르며 몇 번이고 되돌아보게 되는 등대섬.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그리울 풍경이다.
골목 걸으며, 케이블카 타며, 푸른 바다 누비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관광지 100곳을 발표했다. 바로 ‘2015년 한국관광 100선’이다. 100곳중에 통영이 무려 4곳이나 선정됐다. 소매물도를 비롯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와 동피랑 벽화마을 그리고 장사도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통영 중앙에 우뚝 솟은 미륵산에 설치되어 있다. 길이 1,975m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산책데크를 따라가면 미륵산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별처럼 많은 섬이 한려해상의 바다 위를 수놓고 있다. 멋진 풍광탓에 주말 케이블카 타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힘들다. 선착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두 시간씩 줄서기는 기본. 되도록 이른 아침에 매표소로 향하는 것이 좋다.
동피랑은 전국으로 벽화마을을 유행시킨 원조 벽화마을이다. 피랑은 벼랑의 사투리로 동피랑은 동쪽벼랑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중앙시장 뒤편 언덕을 따라 좁은 길이 올망졸망 이어지고, 골목에는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다. 마을 아래로 통영항이 내려다보인다. 동피랑은 철거 예정지였다. 그곳이 벽화로 채워지고,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이제 통영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로 뒤덮인 장사도는 동백을 뜻하는 ‘카멜리아(camellia)’ 해상공원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글·사진 _ 유은영 여행작가